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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극장판-호기심/해외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 Blithe Spirit, 2020

by lucid584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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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 

뮤즈였던 전처 `엘비라`의 죽음 이후
슬럼프에 빠진 작가 `찰스`는
영감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 `루스`와 함께 
심령술사 `마담 아카티`를 찾아가 강령회를 제안한다

`마담 아카티`의 진지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들 코웃음 쳤지만
그 날 밤, `찰스` 앞에 죽은 `엘비라`가 나타나는데…

목숨 건 살벌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 Production Note ]

#1. 고전 희극의 현대적인 재탄생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은 노엘 카워드의 연극 ‘블라이스 스피릿’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 ‘블라이스 스피릿’은 1941년 웨스트엔드 공연장에서 초연되어 200회에 달하는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영국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다. 노엘 카워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블라이스 스피릿’ 각본을 쓰게 되었는데, 어두운 시기에 삶에 대한 기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코미디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블라이스 스피릿’은 194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고 2020년 에드워드 홀의 <블라이스 스피릿>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상황과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를 설립하고 15년 동안 국립 극장을 운영한 위대한 연극 감독 피터 홀의 아들이자 연극 감독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홀이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 에드워드 홀 감독은 2-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원했다. 그는 영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 2년 전인 1937년 영국의 시공간적인 배경을 유지하면서 인물들 간의 대화나 유머 스타일은 현재와 이질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를 줬다. 에드워드 홀 감독은 고독과 상실감으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코미디 장르에 이끌렸다고. 

“잠시라도 현대의 어둠에서 벗어나게 해줄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 감독 에드워드 홀 


#2. 화려하고도 완벽한 캐스팅

1) 초능력적인 능력을 가진 영매, ‘마담 아가티’의 주디 덴치
주디 덴치의 오랜 팬이었던 에드워드 홀 감독은 그녀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감독은 주디 덴치를 직접 찾아가 <블라이스 스피릿> 각본을 건네며 자신이 생각하는 ‘마담 아카티’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주디 덴치는 이 역할이 매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을 승낙했다고. 사실 주디 덴치와 에드워드 홀 감독의 인연은 꽤나 오래되었다. 주디 덴치가 에드워드 홀 감독의 아버지인 피터 홀이 연출한 1962년 연극에 출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때부터 피터 홀 감독의 가족 즉 에드워드 홀 감독을 알고 있었고,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을 함께 작업하면서 에드워드 홀 감독에게 ‘아버지와 일하는 방식이 매우 닮았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감독의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던 주디 덴치에게 에드워드 홀 감독과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

2)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 ‘찰스’의 댄 스티븐스
에드워드 홀 감독은 영국 인기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연출했고, 댄 스티븐스는 [다운튼 애비]에 출연했지만 감독은 정작 댄 스티븐스와 드라마 에피소드가 겹치지 않아 함께 작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 피터 홀 감독의 작품 ‘Hay fever’에 주디 덴치의 아들로 출연한 바 있는 댄 스티븐스가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등 코미디 영화를 통해 재치 있고, 현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특징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댄 스티븐스는 노엘 카워드 각본의 ‘Hay fever’에 출연했던 22살 때부터 노엘 카워드의 작품들을 접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들이 매우 재미있고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한다고. 댄 스티븐스는 에드워드 홀 감독에게 노엘 카워드의 ‘블라이스 스피릿’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함께 작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주디 덴치도 함께 한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합류하게 되었다.

3) 죽은 전처와 대결하는 이세상 와이프 ‘루스’의 아일라 피셔
감독은 감각적인 패션 센스를 지니면서도 내면에 자유로움이 깃든 ‘루스’를 소화해야 하는 여배우를 찾던 중, 아일라 피셔를 만나게 된다. 아일라 피셔는 에드워드 홀 감독에게 가장 성공적인 캐스팅이었다. 시대적인 우아함과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도 즉흥적으로 훌륭한 연기를 소화하는 아일라 피셔는 독창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아일라 피셔 또한 유쾌한 코미디에 출연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블라이스 스피릿>을 촬영하면서 꽤나 애를 먹었는데, 다름 아닌 1930년대 영국의 발음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자란 그녀는 쉽지 않은 영국 발음을 익히기 위해 특별 코칭을 받기도 하면서 아침마다 자신의 발음을 수없이 듣고, 고치는 연습을 했다. 또한 당시 여성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많이 연구했는데 이 작업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한다.

4) 진실한 사랑은 죽지 않는다고 믿는 ‘엘비라’의 레슬리 만
다소 우아한 ‘루스’와 다르게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스타일의 매력적인 미국인이어야 했던 ‘엘비라’역에는 아주 뛰어난 즉흥 연기력과 유머러스함을 갖춘 여배우가 필요했다. 그 여배우가 바로 레슬리 만이었다. 레슬리 만을 캐스팅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요소는 주디 덴치였다. 평소에 주디 덴치를 동경하던 레슬리 만은 주디 덴치와 함께 연기하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고. 그리고 레슬리 만은 주디 덴치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매우 긴장했었지만 주디 덴치가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고도 재밌게 해주는 모습에 한 번 더 반하게 되었다. 레슬리 만에 따르면 주디 덴치와 처음으로 함께 촬영한 장면이 침대에서 함께 누워 그녀를 협박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녀에게는 주디 덴치와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순간이었다.




#3. 환상적인 미장센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코미디
<블라이스 스피릿>의 매력적인 포인트 중 하나인 미장센은 영화계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어바웃 타임>에서 미술을 맡았던 존 폴 켈리가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블라이스 스피릿> 속 1930년대 감각적인 영국의 비주얼을 그대로 살렸다. <블라이스 스피릿>에서는 다채로운 색감을 엿볼 수 있는데, 배경,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우산과 같은 소품에서까지 색감이 깃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 ‘찰스’와 ‘루스’의 집은 유명 건축가들에 의해 설계된 ‘Joldwynds’라는 주택이다.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미하여 1932년에 완성되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방마다 블루, 핑크 등 고유의 색감이 들어가 있는데, 감독은 그 색감들이 집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인물들의 의상도 주목할 만한데, 영화 <미스 비헤이비어>, <달링>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샤롯 월터가 제작했다. 2020년 영국 독립 영화상 최고의 의상 디자인 부문에서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암모나이트>를 제치고 <미스비헤이비어>로 수상한 샤롯 월터는 의상에 인물 고유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블라이스 스피릿>에서는 의상마다 매우 강렬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캐릭터들의 개성을 담아냈다. 특히 ‘루스’와 ‘엘비라’의 의상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의 ‘루스’와 달리 ‘엘비라’의 의상은 다소 자유롭고도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이는 두 캐릭터의 성격 차이와 갈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다고. 더해 주인공 ‘찰스’의 신사적인 수트에도 유쾌한 요소가 숨겨져 있는데, 집 안의 방마다 칠해져 있는 색감에 따라 ‘찰스’의 셔츠 컬러가 바뀐다는 점이다. 이는 각각의 방에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과 동시에 이 일들에 휘말리는 인물이 ‘찰스’라는 것을 암시한다. 에드워드 홀 감독은 이러한 미장센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 속 1930년대 영국을 여행하길 바라며 휴양지의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작자들과 함께 논했다고 한다. 관객들은 <블라이스 스피릿>의 디테일한 미장센을 통해 눈앞에서 1930년대 영국을 생생하면서도 환상적으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4. 1930년대 영국을 엿볼 수 있는 시대극
1) 할리우드에 대한 동경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은 주인공 ‘찰스’가 자신이 쓴 소설을 영화로 각색해야 하는 문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찰스’에게는 영화 제작 업계에 종사하는 장인어른까지 있어서, 영국에서 나아가 할리우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었다. 1930년대 알프레드 히치콕과 같이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기 시작해 할리우드 시장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고, 클라크 게이블, 그레타 가르보 등 우아하면서도 럭셔리한 배우들의 등장으로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할리우드를 동경했다.

2) 초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
실제로 1930년대 영국은 초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강했다.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쇼가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흥행했다. 그러나 초자연현상에 대한 의심도 늘어갔고, 실제로 1920~1930년대에 영국의 해리 프라이스나 영화 속 언급되는 해리 후디니와 같은 전문가들은 심령 현상이 사기임을 밝히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도 사후 세계, 영혼 등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될 만큼 흥미로운 소재임은 틀림이 없었다.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에서도 주인공 ‘찰스’는 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적기 위해 영감을 얻으려 ‘마담 아카티’에게 강령술을 부탁한다.

3)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갈망
<블라이스 스피릿>에서 또 하나의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초자연현상에 대한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되찾으려는 ‘마담 아카티’, 자신이 쓴 글임을 강조하는 ‘엘비라’ 그리고 초반에는 남편 ‘찰스’를 지지하고 그에게 맞춘 삶을 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그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루스’까지. 이는 19세기까지 억압되어 있던 여성들이 20세기에 들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영화 초반부 영화 촬영장에서 ‘찰스’를 만난 한 여배우는 ‘강인한 여성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기존에 약하고 보호받는 여성이 아닌 스스로를 지키는 한 인간으로서 표현되기를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담으로, ‘찰스’를 맡았던 댄 스티븐스가 <블라이스 스피릿>의 시나리오를 읽고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가 떠올랐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댄 스티븐스에 따르면, 두 영화는 강하고 주체적인 두 명의 여성 그리고 한심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5. 맺음말
제2차 세계대전이 직후 어둡고 두려운 현실에서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길 바랐던 작가 노엘 카워드의 ‘블라이스 스피릿’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허세로 가득한 사람들의 위선을 풍자하는 위트 넘치는 코미디다. 전처 ‘엘비라’를 뮤즈라고 부르며 그녀 없이는 글을 쓰지 못하는 ‘찰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내들과 진실한 사랑을 속삭이며 그녀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만을 바라는 그의 모습에서, 1930년대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타인을 수단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블라이스 스피릿>에서는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위선적인 현대인들을 풍자하는 통쾌한 메시지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함께, 고전이 유쾌하고 아름답게 구현된 에드워드 홀의 <블라이스 스피릿>은 6월, 한국 관객들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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